끊임없는 토허제 해제 논란...“규제 풀리자 갭투자 의심거래 2배 증가”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해제 이후 갭투자(전세 낀 주택매입) 의심 주택구매 건수가 이전보다 두 배 넘게 증가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밀집 지역. 뉴시스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해제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토허제 해제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집값 상승에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는 비판에 이어 갭투자(전세 낀 주택매입) 의심 주택구매 건수가 이전보다 두 배 넘게 증가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인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이 17일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 ‘주택취득자금 조달 및 입주계획서’(자금조달계획서)에 임대보증금을 승계받고, 금융기관 대출을 끼고 있으며, 입주계획을 ‘임대’라고 써낸 강남 3구 주택구매 사례는 총 134건으로 조사됐다. 차 의원 측에 따르면 이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토허제 해제를 예고하기 전인 지난해 12월(61건) 대비 약 2.19배 증가한 수치다. 금액 합계로 보면 지난해 12월 1118억5700만원에서 지난달 2943억700만원으로 약 2.63배 늘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달 14일 송파구 잠실동, 강남구 삼성∙대치∙청담동에 있는 아파트 305곳 중 291곳에 대한 토허제 지정을 해제했다. 서울시가 해당 지역 아파트에 대한 토허제 지정을 해제한 후 강남 지역 아파트값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2% 상승했다. 특히 송파구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72% 오르며 2018년 2월 첫째 주(0.76%) 이후 7년 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강남구(0.69%)와 서초구(0.62%)도 약 7년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또 서울시가 토허제 해제 후 30일간 거래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2월 13일부터 3월 14일까지 이 지역 아파트 평균 가격은 28억2000만원으로 해제 전 30일(1월 14일∼2월 12일) 평균 가격 27억2000만원보다 3.7% 올랐다.

 

 토허제 해제가 강남권의 아파트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는 우려가 나오자 오 시장은 최근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과도하게 오른다면 다시 규제하는 것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요자들 사이에선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차 의원은 “오 시장이 규제 완화 이후 한 달 만에 규제를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다며 오락가락하는 모습”이라며 “이는 준비되지 않은 졸속 정책임을 방증하는 것으로, 무책임한 부동산 규제 완화를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정인 기자 lji201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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