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 리스크가 국내 금융기관의 건전성과 금융안정을 훼손시키는 핵심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은 18일 서울시 중구 한은 본부 컨퍼런스홀에서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를 주제로 기후금융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한은과 금감원, 14개 금융사가 실시한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와 함께 일본, 홍콩 금융당국의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 사례를 살펴봤다.
기후 시나리오 소개 및 한은 하향식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기후 리스크가 국내총생산(GDP)에 미치는 영향은 2050년 탄소 중립을 목표로 하는 1.5℃ 대응 경로가 가장 작고, 무대응 경로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24~2100년 중 우리나라 온실가스 감축경로를 ▲1.5℃ 대응(2050년 탄소 중립 달성) ▲2℃ 대응(2050년까지 탄소배출을 현재 대비 80% 감축) ▲지연 대응(2030년까지 무대응으로 일관하다 뒤늦게 탄소 중립 정책 추진) ▲무대응(기후정책 미도입) 등 네 가지 시나리오로 설정했다.
기후 리스크로 인한 금융기관 손실 규모는 무대응 시 분석 기간 누적 45조7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연 대응 시엔 39조9000억원, 2℃ 대응 시엔 27조3000억원, 1.5℃ 대승 시엔 26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또한,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 TF에 참여한 14개 금융사를 대상으로 추정한 신용·시장·보험손실의 경우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규제비율(11.5%)을 하회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보험사의 경우 은행보다 신용위험 노출 규모가 작아 자본 적정성 저하 정도는 제한적이지만, 풍수해 등 자연재해 증가에 따른 보험손실이 늘어날 것으로 파악됐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개회사에서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 등으로 국제적 기후위기 대응 공조가 약화되는 움직임도 있으나 미래를 위해 적극적 기후위기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탄소 감축이 장기 경제성장과 금융안정에 이익이므로 긴 안목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탄소 배출 산업이 밀집한 지방에 경제적 영향이 크므로 지자체 및 지방 소재 금융사는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면서 “향후 기후 리스크 감독 방안으로 저탄소 전환금융 활성화 및 녹색 여신 관련 인센티브 부여, 지자체 등과 협력 강화 및 전사적 기후 리스크 관리시스템 도입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환영사에서 “기후 리스크가 폭염·극한 호우로 인한 물적 피해와 탄소 감축 과정에서의 기업 생산비 증가 및 자산가치 하락 등을 통해 금융시스템에 파급될 수 있다”면서 “금융기관이 물리적 리스크에 대해서는 위험 관리자로서, 전환 리스크에 대해서는 녹색 전환자금을 공급하는 위험 수용자의 기능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이후 리스크가 금융안정을 훼손시킬 수 있는 핵심 리스크가 될 수 있고 이번 컨퍼런스가 한국경제 전반의 구조 전환 노력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최정서 기자 adien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