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윤 대통령, 계엄 당시 정치인 체포 시도 관여했다” 판단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기일에서 결정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헌법재판소는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선고하면서 12·3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이 정치인 체포 시도에 관여했다고 봤다.

 

헌재의 결정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계엄선포 당일인 지난해 12월 3일 오후 8시22분쯤 국정원 홍장원 당시 1차장에게 전화로 “한두 시간 후 전화할 일이 생길지 모르니 비화폰을 잘 챙기고 있으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같은 날 오후 10시53분쯤 다시 전화를 걸어 “비상계엄 발표를 봤냐”고 물은 뒤, “이번 기회에 국정원에도 대공수사권을 줄 테니 우선 자금이든 인력이든 국군방첩사령부를 도와 지원하라”는 취지로 말했다.

 

김용현 당시 국방부 장관은 계엄 선포 직후 여인형 당시 방첩사령관에게 총 14명의 명단을 알려주면서 “포고령을 위반할 우려가 있는 사람들로서, 합동수사본부가 꾸려진 뒤 위반 혐의가 발견되면 체포할 수도 있으니 미리 위치 등 동정을 파악해 두라”고 지시했다고 헌재 측은 봤다.

 

당시 명단에는 우원식 국회의장을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김명수 전 대법원장, 권순일 전 대법관 등이 포함됐다고 헌재는 밝혔다.

 

여 사령관은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위 명단과 대부분 일치하는 명단을 불러주면서 위치 확인을 요청했고, 홍장원 1차장에게도 이들과 대부분 일치하는 명단을 불러주면서 위치 확인을 요청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헌재는 판단했다.

 

헌재는 윤 대통령에 대해 “각 정당의 대표 등에 대한 위치 확인 시도에 관여함으로써 정당 활동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헌재는 윤 대통령이 김명수 전 대법원장과 권순일 전 대법관에 대해 필요시 체포할 목적으로 이뤄진 위치 확인 지시에 관여하는 등 ‘법조인 위치확인 시도’도 있었다고 인정했다.

 

헌재는 “현직 법관들이 자신들도 언제든지 행정부에 의하여 체포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압력을 받게 해 소신 있는 재판업무 수행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사법권 독립의 제도적 기반까지 무너뜨릴 수 있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김재원 기자 jk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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