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기업을 가다] 팜젠사이언스, 제네릭 성과 바탕으로 ‘신약 명가’ 도전

 고금리∙고물가∙고환율까지 삼중고로 산업계가 신음하고 있다. 내수와 수출의 불확실성이 짙어지고 투자시장의 자금도 얼어붙었다. 그래도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나가는 기업도 적지 않다. 유례없는 위기에 주눅 들기보다 뚝심 있게 기술을 혁신하며 새로운 아침을 준비하고 있는 그들이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가 빛나는 아이디어로 주목받는 알짜배기 기업들을 만나본다.

 

제네릭에서 강점을 보이며 2021년 연 매출 1000억원 시대를 연 팜젠사이언스는 이듬해 글로벌R&D센터를 열며 신약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30년 신약 전문가로 글로벌R&D센터를 총괄하는 송릿다 센터장은 현재 개발 중인 5개 신약 파이프라인 중 2개 이상을 2030년 내 임상 1상 진입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송 센터장이 연구실 입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두홍 기자

 

 팜젠사이언스는 64년 역사를 자랑하는 중견 제약사다. 1961년 수도약품공업으로 첫 발을 뗀 뒤 우리들제약으로 불리다 2021년 현재 사명을 달았다. ‘약(PHARM)’으로 건강한 내일을 만들고, ‘유전자(GEN)’ 및 바이오 연구로 혁신을 이루고, ‘과학(SCIENCE)’으로 소중한 생명을 살린다는 의미를 담은 사명이다.

 

 제약업계에서는 통상 연 매출 1000억원이 넘는 곳을 중견 제약사로 칭한다. 연 매출 1000억원은 신약 개발에 뛰어들 수 있는 현실적 마지노선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신약 하나가 탄생하기까지 연구개발(R&D) 비용 430억원, 개발기간 10년이 평균적으로 소요되며 성공 확률은 0.01~0.02%로 본다.

 

 팜젠사이언스는 고혈압 치료제(바르디핀정), 고지혈증 치료제(리바틴정), 역류성식도염 및 궤양 치료제(에소맥스정) 등 제네릭(복제약)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며 2021년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신약 연구에 뛰어들었고 이듬해 글로벌R&D센터를 열었다. 최근 경기 화성시 동탄에 있는 센터를 찾아 송릿다 센터장으로부터 신약 개발의 현황을 들었다.

 

 ◆최신 시설∙장비 구축… “신약-제제 연구 시너지”

 

 팜젠사이언스 글로벌R&D센터는 신약연구본부, 제제연구본부로 구성됐다. 제제연구본부는 제네릭과 개량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개량신약은 현존하는 의약품의 부작용을 줄이거나 복용법 개선 등 오리지널 약물을 향상시킨 제품을 의미한다. 최신 장비와 시설을 자랑하는 센터에서 17명의 연구원이 일하고 있다.

 

송릿다 팜젠사이언스 글로벌R&D센터장이 현재 개발 중인 신약 파이프라인을 설명하고 있다. 김두홍 기자

 

 연구진을 이끄는 송 센터장은 30년 신약 전문가다. 이화여대 약학대학 졸업 후 프랑스 툴루즈3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국 파스퇴르 연구소, 하나제약, 마더스제약 등에서 신약 분야 경험을 쌓았고 2023년 말 이곳 센터 총괄 책임자로 부임했다.

 

 송 센터장은 “회사의 신약 개발에 대한 의지와 투자 능력을 확인했기에 선택한 곳”이라며 “실제로 센터의 연구시설이 매우 좋고 지원도 집중적으로 받고 있다. 신약과 제네릭을 한 곳에서 연구하기 때문에 시너지가 발생한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팜젠사이언스는 2023년 전체 수익의 5.5%인 68억원을 R&D에 투입했다. 지난해도 매출 1713억원의 4% 안팎을 연구개발에 쏟았다.

 

 ◆5개 신약 파이프라인… “2030년까지 임상 1상 돌입!”

 

 제네릭 사업 등으로 번 수익을 신약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통해 팜젠사이언스는 현재 5개 신약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간특이MRI조영제, 역류성식도염치료제(2가지), 염증성장질환치료제, 비만치료제다.

 

 간특이MRI조영제는 간의 병변을 정확히 진단하기 위해 자기공명영상검사(MRI) 촬영 때 사용하는 전문의약품으로 병변과 정상 조직의 대조도를 높이기 위해 개발된 물질이다. 센터가 개발 중인 간암 진단용 후보물질인 RD1303은 화학 구조상 거대 고리형 물질로, 기존 선형 구조 조영제의 문제점으로 꼽히는 전신 부작용, 가돌리늄 이온의 체내 잔류를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높은 민감도로 명확한 진단과 미세 병변 감별로 조기 진단이 모두 가능하다.

 

 RD1303은 국가신약개발사업 과제에 두 번이나 선정될 정도로 주목을 받는 후보물질이기도 하다. 국가신약개발사업은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신약 개발 연구비를 지원하는 범부처 정부 지원사업이다. 2022년 과제 선정으로 RD1303 도출에 성공한 센터는 지난해 비임상단계에 선정되면서 임상 1상 임상시험계획 승인을 위한 연구비 지원을 2년간 받고 있다.

 

송릿다 팜젠사이언스 글로벌R&D센터장이 연구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두홍 기자

 

 역류성식도염치료제 후보물질 2종인 RD1304와 RD1305도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추진하는 월드클래스 플러스 사업에 선정돼 2023년부터 2026년까지 연구비 49억원을 지원받는다. RD1304는 현재 후보물질 도출 단계에 있으며 기존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P-CAB) 치료제 대비 높은 치료 효과와 부작용 감소를 기대하고 있다. RD1305는 난용성 약물인 테고프라잔의 용해도를 개선해 주사제 개발의 한계를 극복, 치료 효율성을 키운다는 목표로 비임상 단계에 돌입했다.

 

 1개월 지속형 비만 치료제를 위한 후보물질인 RD5306은 개념검증(PoC) 단계를 진행 중이다. 올해 2월 이뮤노포지로부터 엘라스틴 유사 폴리펩타이드 플랫폼을 활용한 약물 반감기 연장 기술을 도입하며 기대감을 높인 상태다.

 

 염증성장질환치료제인 RD1301은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을 포함하는 만성 염증성 질환을 적응증으로 하며 탐색연구 단계를 밟고 있다. 글로벌 시장 규모가 37조원에 이르는 분야다.

 

 2030년까지 2개 이상 신약이 임상 개발 단계에 돌입하는 것이 목표인데 송 센터장은 “현재까지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며 “현재 비임상 단계인 RD1303과 RD1305는 내년 말 임상 1상 진입이 목표”라고 말했다.

 

 ◆후보물질 가치 올린 뒤 ‘라이센싱아웃’ 전략

 

 신약 개발은 크게 세 가지 단계로 나뉜다. 기획-연구-임상 과정이다. 기획은 미충족수요를 파악해 혁신적인 후보물질을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 과정은 코어 브레인을 확보한 상태에서 오픈이노베이션을 달성해야 한다. 임상은 전사적 협력이 필수다.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의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경영자의 결단이 필요한 단계이기도 하다.

 

서울 서초구의 팜젠사이언스 본사 전경. 팜젠사이언스 제공

 

특히 임상 2상 이후부터는 막대한 비용이 투입된다. 그래서 대형 제약사도 뛰어드는 것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팜젠사이언스도 기술이전(라이센싱아웃) 전략을 세운 상태다. 현재 개발 중인 5개 신약 파이프라인을 임상 1상 또는 그 이전이라도 국내외 대형제약사로 기술 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송 센터장은 “기술이전도 전략이 중요하다. 기업의 역할이 중요한 비임상 단계부터 연구 역량을 발휘하고 라이센싱아웃을 위한 사업개발(BD) 부서를 확충하여 후보물질의 가치를 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기술이전을 하면 계약금 외에도 향후 개발 단계에 따라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마일스톤 계약을 하면 단계를 통과할 때마다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로열티 계약 시에는 약품 출시 후 수익의 일부를 얻게 된다.

 

 ◆ “남다른 복지에 연구 능률↑… 실적으로 보답”

 

 부임 후 1년 5개월째인 송 센터장은 “회사의 지원에 만족한다”며 “또 한 가지 놀란 것은 직원 복지”라고 말했다. 팜젠사이언스는 ▲근속 10~30년 포상금 400만~1600만원 ▲유급휴가 5~15일 ▲본인 결혼 유급휴가 10일 ▲하계∙동계 유급휴가 ▲결혼자금 무이자 대출 ▲임직원 종합 건강검진 ▲원거리 출퇴근자 주택 지원 등을 운영 중이다.

 

 아울러 업계 최고 수준의 출생 축하금을 지급하고 있다. 첫째 아이 출산 시 100만원, 둘째 300만원, 셋째 이상부터는 1000만원이다. 팜젠사이언스 관계자는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고 직원들이 안심하고 가정을 꾸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송릿다 팜젠사이언스 글로벌R&D센터장. 김두홍 기자

 

 송 센터장은 “격주 4일 근무, 인센티브 제도도 있다. 성장의 결과를 구성원과 나누는 회사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이러한 복지는 연구원 등 직원의 업무 능률을 키운다”며 “지원과 복지에 감사한 동시에 책임감도 느낀다. 좋은 과제를 발견하고 연구 실적을 키우는 것이 센터의 목표”라고 말했다. 센터는 임상경험자를 모집하는 등 내년 중 신약 파이프라인 임상 1상 돌입에 맞춘 준비도 하고 있다.

 

 화성=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