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수입품 전반에 걸친 관세 정책이 본격화하기 전인 지난달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수출액이 200억 달러를 넘어서는 등 무역수지에서 12조원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향후 미국 행정부의 향후 관세 정책에 따라 흑자 규모가 줄어드는 등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1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3월 ICT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수출액은 205억8000만 달러(약 29조4200억원)로 지난해 3월보다 9.4% 성장했다. 반도체(11.8%), 디스플레이(1.3%), 휴대전화(14.5%), 컴퓨터∙주변기기(28.1%) 등 주요 품목이 공헌했다. 수입액은 1년 전보다 6.8% 성장한 122억1000만 달러(약 17조4500억원)로, 무역 수지는 83억7000만 달러(약 12조원) 흑자를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반도체의 경우 메모리 반도체 수요 기업의 재고 감소,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DDR5 같은 고부가가치 인공지능(AI)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수출이 회복됐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수출액(88억2000만달러)이 18.4% 늘면서 1.5% 감소한 시스템 반도체(37억4000만달러)의 부진을 지웠다.
디스플레이(16억4000만 달러)는 8개월 만에 증가세 전환에 성공했다. 휴대전화 신제품 출시 등 ICT 전방산업의 수요 확대와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에 대비한 전방기업들의 재고 확보가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휴대전화 수출액은 10억 달러(14.5%↑)를 기록한 가운데 중국, 베트남 등 주요 스마트폰 생산 기지로의 부품 수출이 23.7% 늘었다. 과기부는 올해 1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출하량 점유율에서 삼성전자(19.3%)가 애플(17.2%), 샤오미(14.6%)를 누르고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다만 그 격차는 1년 전보다 줄었다.
컴퓨터∙주변기기 수출액(13억1000만 달러)은 미국, 유럽연합(EU) 등의 서버∙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저장장치 수요 증가로 28.1% 늘어났다. 특히 AI 데이터센터의 저장장치에 사용되는 보조기억장치(SSD) 수출액이 43.4% 상승했다. SSD는 15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통신 장비 수출액(2억2000만 달러)은 베트남 무선통신 장치 공급 감소 여파로 0.4% 줄었다. 국가별 ICT 수출액은 미국(27억7000만 달러)이 19.4% 늘었고 중국(73억5000만 달러)은 12.2% 감소했다.
지난달 ICT 수입액은 최근 AI 가속기 도입과 관련한 첨단 패키징 물량 증가에 따라 시스템 반도체 수입액이 1년 전보다 23.1% 늘어난 영향을 받았다. 시스템 반도체는 전체 수입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분야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