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계 55위인 동원그룹이 사업구조를 재편한다. 글로벌 식품 사업에 힘을 주기 위해 지주사인 동원산업이 계열사 동원F&B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고, 국내외 식품 4개사를 사업군으로 묶기로 했다.
14일 동원산업과 동원F&B는 1이사회를 열고 포괄적 주식교환 계약 체결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동원산업은 보통주 신주를 발행해 동원F&B 주주에게 1(동원산업) 대 0.9150232(동원F&B)의 교환 비율로 지급할 예정이다. 양사의 주식교환 비율은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라 산정됐다.
주식교환이 마무리되면 동원F&B는 동원산업의 100% 자회사로 편입되고 상장폐지된다. 양사는 주식교환 안건을 의결하기 위한 주주총회를 오는 6월 중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반대하는 주주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청구 가격은 관련 법령에 따라 동원산업은 3만5024원, 동원F&B는 3만2131원으로 결정됐다. 동원산업의 신규 발행주식 수는 주식매수청구가 종료되는 7월 1일 이후 최종 확정되며, 동원F&B의 상장폐지는 7월 31일 이뤄진다.
동원그룹 측은 “동원산업이 동원F&B와 함께 주도적으로 글로벌 식품 시장에 진출해 제2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사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적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시장은 경제성장률 하락과 내수 침체, 경쟁 심화의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어 글로벌 진출이 필수라는 것.
동원산업 측은 동원F&B 100% 자회사 편입 후 동원홈푸드, 미국 자회사 스타키스트, 세네갈의 스카사 등 식품 관련 계열사를 ‘글로벌 식품 디비전’으로 묶어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지난해 22%였던 그룹의 식품 사업 해외 매출 비중을 2030년까지 40%로 늘리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계열사에 흩어진 연구개발(R&D) 조직을 글로벌R&D센터로 통합하고, R&D 예산을 확대한다.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액의 0.3%던 것을 2030년까지 1%대로 늘릴 계획이다.
또한 스타키스트의 넓은 유통망을 활용해 북미와 중남미 시장의 판로 개척을 가속하기로 했다. 그 일환으로 기존 동원F&B와 스타키스트의 스테디셀러로 구성한 결합 상품을 출시하고 통합 R&D를 통한 신제품도 함께 선보일 계획이다.
동원F&B는 동원산업 산하의 참치어획·캔가공 자회사인 세네갈의 스카사, 캅센 등과도 협업하며 중동과 유럽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한다. 덧붙여 지금까지는 자금력 부족 등으로 글로벌 대형 인수합병(M&A)이 어려웠으나, 앞으로는 동원산업 주도로 빠른 성장을 위한 M&A를 추진할 방침이다.
그룹은 이번 주식교환을 통해 ‘중복 상장(모회사와 자회사를 동시에 상장하는 방식)’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중복 상장은 지배구조의 불투명성 논란으로 이어져 한국 증시 저평가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그룹 측은 국내 대기업 가운데 선제적으로 중복 상장 해결에 나서 기업 투명성을 높이고, 주주가치 제고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동원F&B 소액주주는 상대적으로 사업 성장성이 높은 동원산업의 주주가 되면서 배당금이 많아지는 혜택을 누릴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지난해 기준 주당 배당금은 동원산업이 1100원으로, 800원인 동원F&B보다 많다.
주식교환(주식매수청구 행사가 전혀 없는 경우)으로 김남정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동원산업 지분은 현재 87.9%에서 78.9%로 낮아진다. 현재 김남정 회장은 지분 60%를 갖고 있으며 아버지 김재철 명예회장은 21.5%, 동원육영재단은 4.4%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