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산업∙경제 정책 운명은] 미국·일본 손잡고 중국 멀리한 가치외교… 득보다 실 컸다

지난 2023년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만난 당시 한미일 정상. 왼쪽부터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전 일본 총리, 윤석열 전 한국 대통령. 뉴시스

 

 대통령 파면으로 3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된 윤석열 정부는 통상 분야에서도 기대 이하의 성과를 냈다. 특히 명분과 실리를 모두 놓쳤다는 평가를 받는 가치외교로 인해 산업 성장에 악영향을 끼쳤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트럼프 2기 행정부 100일, 분석과 향후 전망’ 포럼에서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권보람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등 참석자들은 다양한 외교 현안을 묶어서 포괄적으로 협상하는 트럼프식 외교 모델은 기존 가치외교와는 많이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가치외교는 특정 가치를 외교정책에 반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윤 정부는 출범부터 자유∙인권∙법치라는 가치를 앞세워 민주주의를 강조하는 미국∙일본과 결속하고 그 반대인 중국, 러시아, 북한과는 거리를 뒀다.

 

 이후 한미는 핵 문제를 다루는 양자 협의체인 핵협의그룹(NCG)을 출범시켰고, 한일 정상은 셔틀 외교를 복원했다. 한미일 3국 정상회의도 가졌다. 반면 한중 관계는 경색됐다. 윤 전 대통령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서로 방문하지 않았다. 또한 윤 정부는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겨냥한 서방의 제재에 동참하며 노선을 명확히 했다.

 

 허나 공들인 한미 관계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물러나고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서 헛수고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과 비동맹국을 가리지 않고 관세 폭탄을 터트리면서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한국에도 25% 고관세를 매겼다. 더욱이 바이든 전 대통령이 임기 말 한국을 민감국가에 추가하면서 그간 윤 정부의 외교는 짝사랑에 불과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일본과 손잡은 것도 산업면에서는 큰 의미가 없었다. 한 무역업계 종사자는 “한국과 일본은 주요 품목이 비슷한 무역 경쟁국”이라며 “애초에 산업 측면에서 이득을 기대하긴 어려운 관계”라고 평가했다. 결과적으로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이렇다 할 이득을 얻지 못한 가운데 중국 및 러시아 진출 문만 좁아진 셈이다.

 

 게다가 외교에서 자유∙인권∙법치를 앞세운 윤 전 대통령이 정작 국내에서는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키면서 명분마저 잃었다. 야권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1차 탄핵 소추 당시 정부의 외교정책을 사유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또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민주주의 국가로서 글로벌 이미지를 실추시켰고, 이어진 탄핵정국으로 국가 리더십이 부재하며 산업 성장은커녕 후퇴를 조장했다는 평가도 있다.

 

 중국에 수출을 과도하게 의존하는 우리 산업계에 탈중국이란 화두로 방향을 바꾸려 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들조차 탈중국이 미국 의존도를 높인 가치외교에 종속된 무역 체제 개편으로 이어진 것은 잘못된 방향이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번 트럼프 관세 폭탄으로 대미 수출 비중이 높아진 국내 대기업들은 막대한 피해가 예상되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여러 나라로 수출 다변화를 일찌감치 꾀했다면 미국 관세정책에 이토록 휘둘리진 않았을 거란 비판이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 참여로 인해 뜻하지 않은 피해가 발생한 경우도 생겼다. 지난달 경북 지역에 발생한 대형산불 당시 산림청이 보유한 진화헬기는 모두 50대지만, 러시아산 헬기 등 10대는 부품 조달과 정비 문제로 화재 현장에 출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미국과 일본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중국을 이웃나라로 둔 한국의 외교안보가 가치외교로 인한 갈등과 대립 구도에 매몰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유발했다는 점이다. 이미 남북간 군사 갈등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저평가된 우리나라 경제산업이 이러한 갈등에 휘말리면서 더욱 낮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성과가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하며 세일즈 외교에 공을 들인 윤 전 대통령은 3년이 안 되는 기간 동안 27개국을 방문했다. 그러면서 체코 원전 건설 사업을 따내고, 폴란드에 무기를 수출하기도 했다. 그나마도 원전 및 방위산업의 성장은 기대되지만 국가 이미지에 긍정적이지만은 않았다는 의견이 혼재한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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