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대형마트 1위 이마트와 3위 롯데마트가 서울 강동구 상권에서 맞붙는다. 젊은 세대 비중이 높은 신도시 상권의 특성을 겨냥한 특화 점포로 출점해 본업 경쟁력 강화까지 추진하는 모습이다. 강동구는 기존 이마트 천호점과 명일점, 홈플러스 강동점이 몰려 있는 유통 격전지지만, 배후 상권이 풍부하고 향후 전망성이 높은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이날 서울 강동구 고덕비즈밸리에 미래형 리테일 매장 이마트 푸드마켓 고덕점을 개점했다. 이마트는 지난 2월 서울 강서구에 트레이더스 마곡점을 개점한 바 있으며, 이마트를 서울에 출점하는 것은 5년 만이다.
푸드마켓은 이마트가 지난해 12월 대구 수성점에서 처음 도입한 식료품 특화 매장이다. 이마트는 약 5개월간 파일럿 테스트를 거쳐 고덕점에서 푸드마켓을 본격적으로 확대 운영한다.
이번 푸드마켓 고덕점은 신도시, 오피스 복합 상권인 점을 고려해 정통 푸드마켓 콘셉트로 한층 진화했다. 이마트의 본업 경쟁력인 그로서리 노하우를 집약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넥스트 이마트 모델이라는 설명이다.
고덕지구의 한 쇼핑몰 지하 1층에 입점하는 고덕점은 4925㎡(1490평) 면적으로 일반 이마트 매장 대비 컴팩트한 규모다. 글로벌 홈퍼니싱 브랜드 이케아도 같은 건물에 위치하며, 이날 영업을 시작했다. 이마트는 이에 따라 2030세대 유입이 많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3040세대가 많이 거주하는 신도시 특성까지 반영해 신선식품과 즉석조리 델리상품에 특화된 모델로 차별화했다.
구체적으로 이마트 그로서리 매장 최대 구색인 1만3000개의 상품을 테넌트(임대 매장)를 제외한 직영 면적의 약 95%인 3471㎡(1050평)에 채웠다. 오프라인 쇼핑의 재미를 더할 21개 특화존도 마련했다. 일상용품을 균일가에 판매하는 ‘알뜰 쇼핑존’, 수입 과일과 유러피안 채소를 모은 ‘글로벌 가든’과 ‘프레쉬스낵 존’ 등이 대표적이다. 델리코너에서는 직장인을 겨냥해 초밥과 샐러드, 강정과 볶음밥, 구이류와 볶음밥 세트 등 오늘의 메뉴를 제안하는 테이스티 픽 존을 선보였다.
이마트가 서울 지역에서 한 해 2개 점포를 출점한 것은 2012년 이후 13년 만이다. 지난해 12월 대구광역시에 오픈한 이마트 푸드마켓 수성점까지 고려하면 만 4개월 만에 3개 점포를 연달아 오픈 하는 것이다.
올 하반기에는 인천에 트레이더스 출점이 예정돼 있어 2020년 이후 감소 추세였던 점포 수가 5년 만에 증가세로 전환될 전망이다. 이마트는 이를 계기로 외형 성장을 본격화하며 오프라인 유통 본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는 “2월에는 성장 업태인 창고형 할인점 포맷의 트레이더스 마곡점을 서울 강서지역에 선보였고, 4월에는 그로서리 중심의 넥스트 이마트 모델을 강동지역에 새롭게 제시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푸드마켓 포맷, 몰 타입, 등 혁신적인 매장 운영과 차별화된 상품으로 그로서리 쇼핑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롯데마트도 천호점을 오픈하며 강동구에 깃발을 꽂았다.
지난 1월 16일 문을 연 롯데마트 천호점은 지하철 천호역 인근의 한 아파트 단지 지하 1층에 4538㎡(1374평) 규모로 조성됐다. 2019년 8월 롯데마트 롯데몰 수지점에 이어 6년만의 신규 출점이다.
롯데마트는 치열한 강동 상권을 사로잡고자 천호점을 그로서리 본질에 집중한 도심형 실속 장보기 매장으로 선보였다. 천호점은 매장의 80%를 신선과 즉석 조리 식품을 필두로 한 그로서리 상품과 특화 매장으로 채웠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천호점은 오픈 이후 지난 16일까지 매출이 롯데마트의 2000평대 미만 28개점의 평균 매출보다 30% 이상 높고, 객수는 25% 이상 많았다.
30대와 1인 가구 비율이 높은 근접 상권에 맞춰 즉석 조리 식품과 간편식 상품군을 특화 매장으로 꾸린 점이 주효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실제로 천호점의 즉석 조리 식품 매출 구성비는 전 점 평균의 2배에 달한다.
강동구는 재개발·재건축으로 새롭게 조성된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기반으로 한 지역 상권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지금도 신규 입주가 이어지고 있어 배후 상권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온라인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 내실 강화와 신규 출점을 추진하고 있는데 가장 전망성이 높은 서울 강동구에 몰리게 된 것으로 보인다”며 “각 사의 차별점을 뽐내고 본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