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원 기자] #직장인 A모씨(32)는 최근 구입하려고 점찍어둔 루이비통 가방이 갑자기 30만원 정도 올라 당황했다. 자신에게 주는 생일선물로 지난해부터 계획을 세웠는데 예상치 못한 ‘예산초과’라는 난관을 만난 것이다.
A씨는 “4월 말에 백화점에 들러 실물을 본 뒤 구입을 위해 재방문했는데, 가격이 뛰었다”며 “직원들도 갑작스러운 인상이라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A씨는 결국 사고 싶었던 가방인 만큼 자신이 고려했던 예상보다 더 높은 비용을 주고 물건을 구입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달 럭셔리 브랜드의 ‘기습 가격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샤넬을 필두로 루이비통·셀린·티파니 등 LVMH(루이비통 모에 헤네시 그룹) 계열 브랜드들이 5월 지속적인 가격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샤넬은 오는 14일 핸드백 등 주요 상품군의 가격을 7~17% 인상한다. 특히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클래식’과 ‘보이샤넬플랩’ 등이 포함돼 있다. 선호도가 높은 ‘샤넬 클래식 미디움’은 기존 715만원에서 820만원으로 15% 가량 인상될 예정이다.

이번 인상은 지난해 10월 이후 8개월여 만이다. 이는 프랑스 파리 본사의 가격 조정 정책에 따른 것이다.
이렇다보니 14일 전 미리 핸드백을 구매하려는 고객이 늘고 있다. 일부 백화점에서는 개장 시간에 맞춰 매장으로 달려가는 ‘오픈 런’ 현상도 속속 보이는 추세다.

루이비통코리아도 지난주 핸드백·의류·패션잡화 일부 가격을 5~6% 인상했다. 백화점 매장 직원이나 고객 등에게 모두 사전 고지 없이 6일 당일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루이비통은 지난 3월 4일에도 거의 모든 제품의 가격을 3~4% 올린 바 있다.
핸드백의 경우 ‘모노그램 스피디 반둘리에’ 30이 194만원에서 204만원으로 올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00만원대 후반에 구입할 수 있었던 ‘네오노에’는 현재 220만 원대로 판매되고 있다. ‘부아뜨 샤포’도 5% 가량 상승해 600만원대 가방이 됐다.
LVMH 계열 브랜드인 셀린도 정확한 시기는 미정이나 일부 품목 가격을 5~6% 인상할 예정이다. 베스트셀러로 꼽히는 클래식박스 틴사이즈‘ 가방은 약 20만원 전후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해 11월 LVMH 한 식구가 된 미국 주얼리 브랜드 티파니&코도 5개월 만에 다시 가격 조정에 나선다. 티파니의 일부 주얼리 가격은 약 7~11% 뛰었다.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 속 ‘조이서 목걸이’로 눈도장을 찍은 스마일 펜던트 목걸이는 296만원에서 326만원으로 10%, 스마일 브레이슬릿는 107만원에서 119만원으로 11%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대목인 5월, 황금연휴를 기점으로 보복적 소비가 발생할 시점에 맞춰 가격을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유추했다.
다만 이같은 명품 브랜드의 가격인상은 국내서 일종의 ‘관행’처럼 굳어졌다. 1년에 3~4번씩 몸값을 높이는 브랜드도 적잖다. 명품 브랜드들도 가격 인상 시마다 뚜렷한 근거를 밝히지는 않는다. 대체로 본사의 글로벌 가격 정책, 환율 변동 반영, 제품 원가 상승 등을 앞세운다.
실제로 한국에서 구입하는 명품 브랜드 제품의 가격은 비싼 편이다. 프랑스 금융그룹 엑산BNP파리바가 4846개 명품 브랜드를 조사한 결과 중국에서 판매되는 명품 가격이 국제 시세 평균보다 21% 높아 가장 비쌌고, 뒤이어 한국이 14% 높아 2위를 차지했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인상에도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의 수요는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명품은 오늘이 가장 저렴하다’는 이야기를 하며 구입을 서두르는 경향을 보인다”며 “이렇다보니 분위기에 럭셔리 브랜드들은 가격 인상으로 수요가 줄어들거나 매출이 하락하는 상황이 생길 것으로 걱정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happy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