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원 기자] 성형외과를 찾는 70대 이상 액티브 시니어가 급증하고 있다. 이들은 은퇴 이후 인생 2막을 더 젊고 건강하게 보내려고 한다. 일각에서는 젊음을 유지하도록 돕는 장년층에서의 성형수술이 일종의 건강관리이자 새로운 ‘뉴 노멀’로 떠오르고 있다고 본다.
자녀의 손에 이끌려 오는 ‘효도성형’ 역시 과거의 이야기다. 친구들과 삼삼오오 성형외과를 찾는 장년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들은 온라인을 통해 스스로 병원 정보를 찾고, 적극적으로 외모개선에 나선다.
24일, 박상훈 아이디병원장을 만났다. 이 병원은 최근 시니어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은 의료기관으로 꼽힌다. 노년층의 성형트렌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70대 이상에서의 성형수술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진료실에서 실제로 체감하는지 궁금하다.
“최근 부쩍 그렇다. 예전에는 60대 정도 오셨다면 이제는 70대 이상도 적잖이 보인다. 이같은 변화는 2018년을 기점으로 두드러졌다. 아이디병언의 경우 2018년부터 올해 1~3월까지 70세 이상에서의 수술건수는 매년 평균 28.2% 신장하고 있다. 올해는 이 기간 전년 동기에 비해 40% 이상 급증했다.”
-실버세대에서의 성형수술이 늘어나는 이유는.
“성형이 일종의 ‘새로운 건강관리’로 자리잡는 듯하다. 또, 경기가 좋지 않으니 경제력이 있는 장년층에서의 여유가 부각되는 측면도 잇는 것 같다.
이밖에 고령화 사회에 본격적으로 진입하면서 경제활동 지속기간도 늘어난 측면도 크다.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본다. 특히 수술 전후 직관적인 변화가 젊은층에 비해 크게 두드러져 만족도가 높다.
개성 표현의 수단이기도 하다. 최근 액티브 시니어 모델 분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6분을 만났는데 6사람 모두 스타일과 선호도가 다르다. 요즘의 실버세대들은 ‘나’를 표현하려는 추세다. 이를 위해 성형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70대 이상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은 성형은.
“최근 3년간 70세 이상 의료소비자가 가장 많이 찾은 수술은 ‘눈성형’이다. 이어 안면거상 등 리프팅, 코, 가슴, 지방흡입 등 체형성형 순이었다. 눈성형이나 리프팅은 대표적인 동안성형이지만, 그동안 70대 이상에서 큰 인기가 없었던 가슴성형·코수술의 수요도 크게 늘었다.
70세 이상에서 가슴성형을 고려하는 환자들은 대부분 ‘자기만족’을 위해서였다. 처진 가슴을 개선하는 목적보다 단순히 볼륨을 키우고 싶어 수술을 택했다. 단, 나이에 맞는 솔루션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노화 등으로 지방이 없는 분들은 보형물 비침의 우려가 있다. 이를 막기 위해 보형물 주변에 지방을 고루 주입하는 방법을 병행할 수 있다. 이는 지방이 극도로 적은 피트니스 선수들에게도 적용하는 방식이다.
코수술도 70대에선 크게 인기 있는 수술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아무래도 노화로 코끝이 내려오고, 코 평수 넓어지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같은 문제를 개선하려 코성형을 고려한다. 과거에 비해 크게 달라진 분위기다.”
-노년층이 성형외과를 찾게 되는 경로가 궁금하다. 과거 서울 강남 지역에서는 사우나 거울에 안면거상 광고가 많이 붙어 있던 기억이 난다.
“10년 전만 해도 5월 가정의 달, 어버이날 효도캠페인 등이 활발했다. 자녀 손을 잡고 병원을 찾는 사례가 많았다. 이제는 다르다. 스스로 병원을 찾는다. 유튜브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 시니어 유튜버 등 또래들의 젊은 모습에 영향을 받는 것 같다. 유튜브를 제외한다면 SNS 등 온라인 채널을 통해 병원을 찾는 사례는 드물다. 이보다는 주변의 소개 등 인적 교류의 영향력이 훨씬 크다.”
-70대 이상 의료소비자가 성형을 통해 기대하는 결과는.
“동년배에 비해 어려보이는 것과 경제활동 가능 나이대로 보이는 것이다. 무조건 ‘10년, 20년 젊어 보이게 해주세요’라고 하지 않는다. 젊은층처럼 성형을 취업·결혼 등을 위한 ‘라이프체인저’로 여기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젊은 외모를 유지하는 건강관리법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다.
이는 미용실에서 펌을 하는 것과 비교하면 쉽다. 과거 어머님들이 한번 파마를 할 때 오래 가도록 뽀글뽀글하게 머리를 말았다면, 최근에는 자연스러운 웨이브를 선호하지 않나. 같은 맥락이다.
리프팅으로 예를 들어보겠다. 안면거상 시 ‘강력한’ 조치로 피부를 팽팽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어색한 인상이 만들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과거에는 이를 원했다면 이제는 ‘자연스럽게 당기고, 시간이 흐른 뒤 한번 더 교정하는’ 식의 관리를 원한다.
점점 간단한 수술법이 선호되며, 부담도 덜해졌다. 환자들도 회복기간이 2~3주 긴 것보다 1주일 정도 쉬면 되는 치료를 선호한다. ‘언제부터 골프칠 수 있느냐’고 묻는다. 우리도 이에 맞춰 간편하고 효율적인 시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장년층 남성들의 성형 빈도도 늘었다고 하는데.
“그렇다. 액티브 시니어에서는 여성보다 남성에서 수술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과거엔 여성·남성 비율이 9대1이었다면 지금은 8대2 수준이다. 특히 코수술의 경우 7대3까지 높아졌다.
특히 재미있는 점은 이사 등 임원 진급 시 병원을 찾는 것이다. 수요가 높은 것은 하안검, 그 중에서도 눈밑지방 관련 수술이다. 눈밑지방은 남성의 노안을 일으키는 전형적인 요소인데 제거나 재배치를 통해 매끈하게 만든다. 개인적으로는 ‘이사 성형’ ‘임원 성형’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수요가 높다.”
-고령층은 만성질환도 많이 갖고 있고, 체력도 젊은 사람보다 떨어지는데 성형에 큰 문제가 없나.
“장년층에서 유병률이 제일 높은게 고혈압, 당뇨병, 심혈관질환 등이다. 이들 요소를 갖고 있을 경우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는 게 사실이다. 이와 관련 우리 병원은 60세 이상 의료소비자에게 검진을 제공한다. 30개 병상, 237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병원급 의료기관이다보니 환자 상태에 맞는 검진과 집중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사실, 환자의 절반 정도는 전신마취 없는 시술에 나서지만 그럼에도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환자 병력 및 수술 투약 이력, 바이탈 사인(활력징후), 혈액검사, 심장초음파, 폐검사, 이학적검사 등을 시행한다. 간혹 검사하다가 질환을 발견하는 사례도 있다. 이때는 원내 전문의들이 치료를 한 뒤 이후 성형계획을 세운다.
장년층 의료소비자에게는 대부분 당일 집으로 갈 수 있는 수술을 권한다. 입원해도 하루를 넘지 않고, 1주일 이내 회복되는 수준에서의 성형수술을 권고한다. 무리하게 큰 변화를 일으키는 것보다 차근차근 관리하려는 수요와 일맥상통한다.”
-실버 성형은 한국에서 유독 두드러지는 요소인지.
“그렇지 않다. 성형수술은 부상과 안티에이징(항노화)를 위해 개발된 게 시초다. 이렇다보니 서구권에서는 더 활발하다. 미국의 경우 50~55세에 퇴직금 받아서 한번 수술하고 캘리포니아나 플로리다 같은 따뜻한 지역에서 은퇴 후 ‘인생2막’을 꿈꾸는 사람이 많다고 하지 않나. 사실 한국도 1980년대에는 성형수술의 메인 고객은 50~60대였다. 2000년대 들어 갑자기 양악수술·쌍꺼풀수술 등이 떠오르며 젊어진 것이다.”
-성형수술이 노년층의 정서적 만족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보는지.
“그렇다. 첫 방문시와 수술 1주일 후 경과를 보기 위해 외래를 올 때 옷차림이 달라진다. 한눈에 봐도 자신감이 찾은 모습이 보인다. 일종의 ‘해피 서저리(happy surgery)’라고 본다.”
-성형수술을 고려하는 장년층을 위해 제언해달라.
“평생 성형을 안 받아보신 분도 분명 계실 것이다. 이럴 경우 ‘이번에 모든 수술을 끝내겠다’는 목표 대신, 꼭 받아보고 싶었던 수술 한가지를 받아보고 향후 계획을 세우길 권고한다. 특히 성형을 통해 자신이 어떤 결과를 이루고 싶은지 생각해봐야 한다. 막연한 환상이 있을 경우, 이후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느낄 수 있다. 주치의와 충분히 상담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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