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비즈=박정환 기자] 현대자동차가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에 나선다. 글로벌 탄소중립 기조 아래 아이오닉 5 등 전용 전기차를 통해 일본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동남아 시장을 선점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1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이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인근에 위치한 자동차 생산공장의 준공식을 가졌다. 이날 행사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참석해 전기차 생산과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자카르타에서 동쪽으로 약 40㎞ 떨어진 브카시(Bekasi)시 델타마스(Delta Mas) 공단 내에 위치한 이 공장은 동남아 지역 첫 자동차 생산 시설로 올해 1월부터 양산을 시작했다. 현재 해외 전략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크레타를 생산 중이며, 준공식을 기점으로 아이오닉 5 양산에 돌입했다.
정의선 회장은 이날 준공식에서 “인도네시아는 현대차 미래 모빌리티 전략의 핵심 거점”이라며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은 인도네시아 미래 산업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게 될 전기자동차 분야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또 LG에너지솔루션과 11억달러(약 1조2000억원)를 투자해 인도네시아 카라왕 지역 신사업 단지에 배터리셀 합작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현대차의 향후 아세아 진출의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전세계에서 14번째로 자동차를 많이 생각하는 국가로 동남아 최대 자동차 시장이다. 지난해 인도네시아의 내수 자동차 생산규모는 112만여대로 한국(346만대)의 3분의 1 수준에 이른다.
현대차는 본격적인 동남아 진출을 위한 첫 단계로 2030년까지 인도네시아에 15억5000만달러(1조9200억원)를 투자, 추가 공장을 설립해 생산량을 연간 25만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일본 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네시아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현지 시장에서 일본 업체들의 판매대수 기준 시장 점유율은 96.8%에 이른다. 업체별로는 도요타자동차가 30.3%, 다이하쓰공업 17.1%, 혼다가 13.8%의 시장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정부가 자국 신차의 20%를 전기차로 전환하기로 하는 등 시장 환경이 급변하면서 현대차는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 있게 됐다. 일본 업체들의 경우 대부분 가솔린 차량 생산 및 공급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차는 지난해 인도네시아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 87.3%를 기록했다. 차종별로는 코나EV 366대, 아이오닉EV 239대 등 693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2013년 인도네시아 정부로부터 지원을 받아 가솔린 내연기관차 중심으로 설비 투자를 마친 상태라 당분간 전기차 투자에 소극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인도네시아 전기차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산업의 허브’가 된다는 목표를 세웠으며 2040년부터 전기 오토바이를, 2050년부터 신차를 오직 전동화 모델로만 판매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이번에 준공한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전기를 챙산해 베트남이나 필리핀, 태국 등 아세안 국가로 수출할 계획이다. 차후 호주나 중동 시장으로의 전기차 수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도 현대차의 인도네시아 시장 진출을 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아세안 국가와 협력을 확대하는 신남방정책을 발표했다. 그 결과 한국과 아세안 국가 간 교역 규모는 2000억달러로 4년 전 대비 49%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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