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액결제거래(CFD)를 활용한 주가 조작 사태 이후 줄어들었던 ‘빚투’(빚내서 투자)가 연중 최고치에 육박했다. 특히 테마적 성격이 강한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기 위한 대출이 증가하면서 증권업계도 이에 대한 관리 강화에 나섰다.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 규모는 20조4912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중 최고치인 20조5573억원에 근접한 수치다. 신용거래융자란 증권사가 고객에게 주식매수 자금을 대여해 주는 것이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지난 4월 말 CFD 주가 조작 사태 이후 감소세를 보였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당시 20조원을 넘었지만 해당 사건이 발생한 이후 18조원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지난 6월을 기점으로 반대매매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반대매매란 증권거래에서 미수금이 발생할 경우 증권사에서 고객의 부족한 돈을 충당하기 위해 고객 주식을 임의로 처분하는 행위다. 7월 초 동일산업, 동일금속, 대한방직, 만호제강, 방림 등 5종이 무더기 하한가 사태로 사상 최대 규모의 반대매매가 이뤄졌다. 이때에도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증가세를 유지했다.
증권가에서는 코스닥보다 코스피에서 빚투가 빠르게 증가하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6월 초까지만 해도 코스피에서의 빚투는 8조9100억원 수준이었다. 이 시기 코스닥의 빚투는 9조6860억원으로, 코스피 대비 약 7700억원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코스피의 빚투 규모가 코스닥을 역전했다. 8일 현재 코스피 빚투는 10조5967억원으로, 코스닥 빚투(9조8945억원) 대비 약 7000억원 많다. 코스닥 일부 종목에 대한 신용거래가 제한되면서 테마주인 상장지수펀드(ETF)에 몰린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말부터 현재까지 코스피 종목 가운데 신용거래가 가장 많이 증가한 종목은 SOL 유럽탄소배출권선물SP ETF로, 잔고 증가율은 33만3000%에 달한다. 이어 KODEX 미국달러선물인버스 ETF의 신용거래잔고도 9만9776.19% 증가했다. 이 밖에도 KODEX 국고채30년액티브 ETF(6만6833.33%), ACE 엔비디아채권혼합블룸버그 상장지수증권(3만7512.5%) 등에서 신용거래 잔고가 급증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시가총액 규모가 적은 종목에 대한 빚투가 제한됨에 따라 ETF에 대한 빚투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협회는 빚투와 테마주 쏠림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관리 강화에 나섰다. 금투협은 증권사 신용융자 담당부서 뿐만 아니라 준법감시인 협의체 등을 통해 신용융자에 따른 리스크 관리 강화를 내부 통제 관점에서 지속해 요청할 방침이다. 또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테마주 대상 적극적 기획 감시, 내부 시스템 개편 통한 테마주 모니터링 강화 ▲테마주 대상 시황 변동 조회공시 적극 발동 ▲불공정거래 적극 제보 당부 등 수행할 계획이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