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브랜드의 침몰] 영원한 강자는 없다…왕좌 뺏긴 나이키·인텔

산업계 전통의 강자들이 주도권 싸움에서 밀려 고전하고 있다. 사진은 나이키코리아가 5월 리뉴얼 오픈한 ‘나이키 강남’ 스토어 전경. 나이키 제공

 스포츠 브랜드의 대표 주자였던 나이키, 미국 반도체 절대 강자였던 인텔, 한때 세계 완성차 시장을 사로잡았던 폭스바겐. 이들 회사는 수 십년간 세계 시장을 호령했지만 새로운 강자의 등장으로 도전에 직면했다. 세계비즈가 ‘왕좌의 게임’에서 밀려난 올드 브랜드의 쇠락 원인에 대해 조명한다.

 

 나이키와 인텔, 폭스바겐은 최근 실적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나이키가 6월 발표한 2024 회계연도 4분기(3∼5월) 매출은 약 126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7% 줄었다. 시장은 나이키의 2025 회계연도 1분기(6∼8월) 매출이 10%가량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저조한 실적 전망에 뉴욕증시에서 나이키의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나이키는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아디다스, 뉴발란스 등 경쟁업체에 밀려 주도권을 내주고 말았다.

 

 인텔은 올해 2분기 16억1100만달러 순손실을 기록했다. 인공지능(AI) 기술 주도권을 뺏기면서 입지가 축소됐고 3년 전 재개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에서 손실이 늘었다. 시가총액은 859억달러(115조3000억원)로 쪼그라들어 세계 10대 반도체 기업에서 밀려났다. 올해 들어선 주가도 60% 떨어졌다. 이에 인텔이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지수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직원의 15%인 1만5000명을 감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는 등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독일의 자동차 명가 중 하나인 폭스바겐은 창사 87년 만에 처음으로 본토 공장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 폭스바겐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101억유로로 전년동기대비 11% 줄었다. 영업이익률은 6.3%에 그쳐 도요타(10.6%)와 현대자동차·기아(10.7%)에 크게 못 미쳤다. 전동화 전환 흐름에 탑승하지 않고 디젤차를 주력으로 민 것이 화근이 됐다. 폭스바겐이 주춤한 사이 비야디(BYD) 등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중국과 유럽 시장을 장악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나이키의 경우 제품의 기능성 등에서 개선이 없었고 과거에는 잘하던 브랜딩도 부진했다”며 “그 사이에 아디다스 같은 경쟁자들이 부상했지만 나이키가 예전처럼 혁신을 꾀한다면 반등 가능성은 높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인텔의 경우 단순한 혁신 기술이 아니라 IT 생태계의 호환성까지 고려한 혁신이 필요하기 때문에 조금 더 복잡할 것”이라며 “주도권을 잃은 기업의 경우 연구개발(R&D)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화연 기자 h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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