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탄핵정국 대혼돈] 계엄 쇼크에 韓 증시 ‘휘청’…사흘간 시총 58조 날아갔다

-외국인 투자자 이탈 가속...1조58억원 순매도
-전체 상장 주식 30% 이상 52주 연속 신저가
-탄핵정국 장기화로 코스피 약세 지속될 전망

지난 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2441.85)보다 13.69포인트(0.56%) 하락한 2428.16에 마감했고,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670.94)보다 9.61포인트(1.43%) 내린 661.33에 거래를 마쳤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국 정치가 혼란에 빠지면서 국내 증시도 휘청이고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은 2046조원으로 비상계엄 선포 이후 사흘만에 58조원, 코스닥은 14조원 증발했다. 한국이 저성장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올해 코스피 지수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이었다. 여기에 윤 대통령이 지난 3일 밤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가 6시간 만에 해제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욱 확대되면서 부진한 코스피 지수를 더 짓눌렀다.  

 

 특히 계엄 사태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이탈을 가속화했다. 이 기간 줄곧 투매에 가까운 매도에 나서면서 유가증권시장에서만 1조원 넘게 내다 팔았다. 비상계엄 사태 직후인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사흘간 총 1조85억원을 순매도했다. 4일 4071억원, 5일 3173억원, 6일 2841억원이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내 금융업종에 대한 투자를 집중적으로 철회하고 있다. 금융업종 순매도는 지난 4일 2551억원, 5일 2786억원, 6일 1759억원 등으로 총 7096억원에 달했다. 올해 들어서 금융업종 순매도가 이틀 연속 2000억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의 금융업종 지분율도 3일 37.19%에서 6일 36.12%로 1%포인트 넘게 줄었다. 전체 21개 업종 가운데 외국인 지분율이 가장 큰 폭으로 빠졌다. 금융업 다음으로는 보험업(-0.60%), 철강·금속(-0.37%), 증권(-0.26%), 운수·창고(-0.22%), 통신업(-0.16%) 등이 뒤를 이었다.

 

 국내 증시가 크게 흔들리면서 전체 상장 주식의 3분의 1이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첫 거래일인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코스피와 코스닥에서 장중 52주 신저가를 기록한 종목은 953개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종목 수(30개)와 비교할 때 약 32배가량 많은 수준이다. 이는 현재 거래 중인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전체 상장 종목(2631개)의 36%에 달한다. 코스피에서 267개, 코스닥에서 686개 종목이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52주 신저가 비율은 코스닥이 41%로 코스피 28%보다 높았다.

 

 대표적으로 6일 동양철관, 디케이락 등 관련 테마주가 줄줄이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또 한국ANKOR유전, 우진엔텍 등 원전주도 줄줄이 신저가를 나타냈다. 정부의 체코 신규 원자력 발전소 수출 등 국정 과제의 동력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오는 11일 탄핵안 재발의를 예고한 상황으로 가결때까지 반복적으로 탄핵안을 발의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탄핵 정국 장기화로 인해 정치적 혼란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당분간 증시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탄핵 표결 결과와 상관없이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며 “한 번 시장의 신뢰가 떨어지면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기에 코스피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악재 선반영으로 코스피 하단은 지지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사태 수습 과정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의 여진은 불가피하지만, 계엄령 이상의 심리적인 충격 유입은 어렵다”면서 “예상치 못한 악재까지 반영한 코스피의 추가 하락폭은 제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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