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전반에 불황이 찾아온 카드사와 저축은행권이 희망퇴직을 통해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8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비씨) 중에서 신한·KB국민·하나·우리카드가 희망퇴직 신청을 마쳤다. 내부 검토를 진행했던 현대카드는 다음달 7일까지 희망퇴직 접수를 받는 중이다.
KB국민카드는 2021년 11월 이후 약 3년 만에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신한카드도 1968~1974년생 직원을 대상으로 지난달 초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총 62명을 내보냈다. 우리카드도 지난 15일부터 3일 동안 희망퇴직을 받았다. 신청 대상은 1969년생부터 1971년생까지로 지난해 말 기준 10년 이상 재직한 직원이다. 1970~1971년생의 경우 특별퇴직금으로 월 평균임금의 31개월 치를, 1969년생은 월 평균임금의 19개월 치를 받는다. 재취업 지원금도 특별퇴직금과 함께 현금으로 지급된다. 하나카드는 희망퇴직 신청자를 받고 대상자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카드는 근속 20년 이상된 직원에게 39개월 치 임금을 주는 조건이다.
정부의 카드수수료 인하 정책에 따라 이익 감소분을 메우기 위해 카드사들은 비용 절감에 나서는 모양새다. 다음달 14일부터 ‘2025년 카드수수료 개편방안’ 시행으로 연 매출 30억원 이하 영세·중소가맹점 305만 곳의 카드수수료율이 0.05∼0.1%포인트 인하된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수수료율 인하로 약 3000억원의 영업이익 감소를 전망했다.
더군다나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여파로 연말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힌 상황이다. 본업에서 경쟁력을 잃은 카드사들은 카드론 등 부업으로 수익을 내고 있지만 이 역시도 한계가 있다. 이에 카드사들은 몸집을 줄이며 생존에 나서고 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직원들에게 제2의 인생설계 기회를 부여하고, 조직의 인력구조 개선을 통해 생산성을 제고하기 위해 지난해 말 희망퇴직 실시했다”고 전했다.
페퍼저축은행도 저축은행 업권에서는 이례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페퍼저축은행이 희망퇴직을 단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저축은행 업권으로 넓히면 2011년 저축은행 사태 이후 14년 만이다.
자산 기준 업계 7위인 페퍼저축은행은 최근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당기순손실은 762억원이다. 다만, 하반기 들어 대출 영업 재개와 적극적인 부실채권(NPL) 매각으로 3분기 손실은 95억원으로 전 분기(287억원)보다 적자 폭을 줄였다. 연체율도 3분기 말 9.17%로 직전 분기(13.07%)보다 낮췄다. NPL 비율도 13.99%로 개선됐다.
페퍼저축은행 관계자는 “업권의 이슈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비중이 극히 미미하기에 관련 부실 가능성은 없으며, 자체적인 노력과 더불어 거시적인 요인들도 개선되고 있어 향후 실적 턴어라운드를 전망하고 있다”면서 “실적 회복 중에 희망퇴직을 통해 체질개선을 해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차원이다. 새로운 도전을 원하는 직원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밝혔다
최정서 기자 adien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