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올해 주요 업무추진 계획으로 노인기준연령 상향을 제시하면서 조정 논의를 공식화했다. 국회에서도 관련 법이 발의됨에 따라 관련 논의에 속도가 점차 붙고 있다. 노인기준연령을 상향하면 각종 노인복지서비스의 대상자가 감소해 향후 복지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기대 효과가 있다. 그러나 보편적 복지의 축소나 선택적 복지로의 전환 등이 불가피해 복지 공백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 사회를 맞이한 상황이다. 노인인구 비중이 늘면서 복지 지출도 증가해 향후 국가채무 또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2072년 장기재정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72년 국가채무는 무려 7303조6000억원에 달한다. 올해 1270조 4000억원의 5.7배 수준으로 국가채무가 연평균 3.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현 법령과 제도가 유지되고 2072년 인구가 지금보다 감소한 3622만명일 것이라는 추세적 가정에 따른 것으로, 국민 1명당 나라 빚이 올해 약 2458만원에서 2072년 2억170만원으로 급증하는 셈이다. 고령화 심화로 복지 분야 지출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노인기준연령을 상향하게 되면 복지 분야 재정 지출이 절감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올해 중앙정부 사회복지 분야 예산 229조1000억원 중 노령 분야 예산은 115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사회복지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0.6%다. 사회복지 분야 전체 예산은 2018년 133조8000억원에서 1.7배 늘었고, 노령 분야 예산은 2018년 58조8000억원에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2018∼2022년 42∼43%대였던 노령 분야 예산 비중이 올해 50%를 넘어선 것이다. 초고령사회 진입에서 보듯 노인 인구 증가에 따른 공적연금과 기초연금을 비롯한 관련 의무 지출 급증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국회입법조사처 노인기준연령 상향 논의와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는 노인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상향할 경우 2023년 6조3092억원, 2024년 6조8027억원의 기초연금 지출 비용이 절감된다고 분석했다. 인건비 보조가 포함되지 않은 취업알선형 노인일자리 등까지 고려하면 절감액은 연간 7조원을 넘어선다. 올해 노인 관련 예산(27조4913억원)의 23% 수준으로, 아동·보육 예산(5조5000억원)을 웃돈다. 최근 2년 연속 역대급 세수 펑크와 긴축 재정 기조 속에서 초고령 사회 전환을 준비할 수 있는 규모다.
하지만 노인기준연령 상향으로 정책의 수혜기준이 조정되면 필연적으로 소득·복지 공백이 발생해 노인빈곤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제1차 연금개혁(1998년)에 따라 2033년까지 연금개시연령이 65세로 상향될 예정이므로 소득공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정년연장 또는 폐지, 정년 후 재고용 등의 방안도 다각도로 논의되고 있다.
노인기준연령을 65세로 유지할 경우 2054년 이후 우리나라의 노인부양 부담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면서, 생산가능인구(현재는 15~64세) 확보가 절실한 실정이다. 그러나 유례없는 저출산을 경험하는 상황에서 생산가능인구를 확보하기란 쉽지 않다. 이에 노인기준연령을 현실화해 건강한 노인을 생산가능인구에 포함해 노년부양비를 감소시키고 노동력을 확보하자는 의견도 있다. 노령층의 평균 근로희망 연령이 73.3세로 나타나고 있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또한 고령자가 주된 일자리 이후 재취업 일자리를 여러 번 이행하면서 일자리의 질이 하락하고, 구직기간이 소요되는 문제가 지적된다. 게다가 고령자의 노동시장 잔류가 오히려 청년고용을 축소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노인인력을 생산가능인구에 편입시키는 방안이 세대 간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현정민 기자 mine04@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