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비즈=오현승 기자] 은행 수신금리가 꾸준히 올라 어느새 연 2%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금융권에선 시중자금이 주식, 가상자산 등 위험자산에서 이탈해 예금이나 적금과 같은 안정적인 수익을 주는 투자처로 이동하는 ‘역(逆)머니무브’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3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4월중 신규취급액 기준 저축성수신금리는 연 1.87%로 전월 대비 13bp 상승했다. 저축성수신금리를 보면 순수저축성예금의 금리가 11bp 상승한 연 1.82%, 시장형금융상품 20bp 오른 연 2.10%를 기록했다. 순수저축성예금 금리는 지난해 말 연 1.67%에서 4개월 새 20bp 상승했다. 지난달 말 잔액 기준 은행의 총수신금리는 연 1.01%로 전월 대비 5bp 올랐다.
은행의 저축성수신금리는 5월 들어선 더욱 상승했을 것으로 확실시된다. 앞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26일 기준금리를 25bp 인상해 1.75%에서 운용하기로 결정하자 주요 은행들이 수신금리를 일제히 올렸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NH농협·하나·신한은행을 시작으로 31일엔 KB국민은행까지 자행 수신 상품에 대해 최고 연 0.40%포인트 금리를 상향 조정했다.
상황이 이렇자 시중 유동성이 안정적 이자를 제공하는 은행으로 유입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26일 기준 국내 5대 시중은행의 예·적금 잔액은 712조1730억원으로 지난달 말 대비 15조5740억원 증가했다.
이 밖에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등 비은행금융기관의 예금금리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4월중 비은행금융기관 예금금리(1년만기 정기예탁금 기준)를 기관별로 보면 저축은행, 신협, 상호금융이 각각 6bp, 9bp, 9bp씩 올라 각각 연 2.56%, 연 2.52%, 연 2.10%을 기록했다. 특히 새마을금고의 예금금리는 2.57%로 1달 전 대비 14bp나 상승했다.
한편 4월 중 은행의 대출금리도 오름세를 이어갔다. 4월 중 은행의 가계대출 금리는 전월 대비 7bp 상승하며 연 4.05%를 기록했다. 이는 2014년 3월(연 4.09%) 이후 약 8년 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송재창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4월 가계대출 금리가 오른 건 신용대출 중 저신용차주의 비중이 늘어난데다, 인터넷전문은행을 중심으로 중·저신용자에 대한 중금리 대출이 확대되는 최근의 추세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가계대출 중 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연 3.90%)는 3월(연 3.84%) 대비 6bp 상승했다. 가계대출 가운데 고정금리 비중은 19.2%로 지난해 12월(17.9%) 이후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이에 대해 한은은 4월 중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높은 보금자리론이나 정책모기지 비중이 많이 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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