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풍이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의 최윤범 회장 등 주요 경영진에 400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고 25일 밝혔다.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서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 이그니오홀딩스 인수 등과 관련해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입힌 것이 배경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 따르면 이날 영풍은 최 회장과 노진수 부회장, 박기덕 사장을 상대로 회사에 4005억원을 배상하라는 주주대표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영풍·MBK 파트너스 연합은 “최 회장은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하며 비정상적인 투자와 독단적인 경영행태로 고려아연에 천문학적인 손실을 끼쳤다”며 “노 부회장과 박 사장은 전현직 대표이사로 최 회장의 부당한 업무지시를 그대로 집행함으로써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예시로 영풍 측은 “최 회장이 사모펀드 운용경험이 전무한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운영하는 8개 펀드에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이사회 승인조차 없이 독단적인 판단으로 무려 5600여 억원을 투자해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끼쳤다”고 말했다.
이어 “원아시아파트너스의 지창배 회장은 최 회장과 중학교 동창으로 사적 관계가 투자 배경이 됐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례적으로 높은 관리보수, 수익금 분배 등 원아시아파트너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최 회장이 선관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이그니오홀딩스 인수도 문제 삼았다. 영풍 측은 “미국의 신생 전자폐기물 재활용업체 이그니오홀딩스가 완전자본잠식 상태임을 알면서 터무니없는 밸류에이션(가치평가)를 책정해 초고가로 인수했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미국 자회사 페달포인트 홀딩스를 통해 2022년 7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약 5800억원을 들여 이그니오를 인수했다.
영풍 측은 “인수 이후 이그니오홀딩스는 매년 수백억원의 적자를 기록, 적자 누적액이 1100억원을 넘긴 것으로 파악했다”며 “최 회장은 또 자신의 처 인척이 운영하는 씨에스디자인그룹에 수십억원 규모의 인테리어 계약을 ‘몰아주기’함으로써 회사의 자산을 부당하게 유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풍 관계자는 “이번 소송은 단순한 손해배상 요구를 넘어 고려아연 경영의 정상화와 투명성을 회복하기 위한 첫걸음”이라며 “최대주주로서 최 회장을 비롯한 현 경영진의 비상식적이고 무책임하며 독단적인 경영의 책임을 지게 하고, 일반 주주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고려아연 측은 이날 “MBK·영풍이 제기한 고려아연의 투자 건들은 현행 법규와 내부 규정에 맞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한 사안들”이라고 반박했다.
박재림 기자 jam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