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비즈=이경하 기자] 중증시각장애인과 시청각장애인의 경우 민원문서 접근성이 떨어지고 개인정보 노출 문제도 심각하다는 내용의 논문이 국내 특수교육저널(특수교육저널: 이론과 실천, 제21권 제1호)을 통해 발표됐다.
순천향대학교 박순희 교수와 김정훈(박사과정) 연구원은 '시각장애인의 민원 정보 이용 실태와 요구 조사'를 바탕으로 실시한 문항별 기술통계 분석 논문에서 이같이 밝혔다.
해당 조사에서 시각장애인이 사용하는 민원 문서로는 ‘은행 통장 내역, 거래 내역서’와 장애인증명서, 주민등록 등초본, 납세증명원 등 민원24 증명서’가 89명(7.3%)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스마트폰, 전화, 인터넷 등 통신 요금 청구서 및 사용 내역서’ 84명(6.9%), ‘보험 약관, 가입증명서, 보장 내역, 보험료 고지서, 내역서’ 81명(6.6%), ‘카드 청구서, 사용내역서’ 80명(6.5%), ‘가족관계 및 인감증명서 등 법원 증명서’ 78명(6.4%), ‘각종 매뉴얼(업무지침서, 제품 사용설명서)’ 76명(6.2%), ‘각종 연말정산 자료, 납세자료 등 국세청 자료’ 75명(6.1%)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발급된 문서의 정보접근과 처리 방법으로 가족이나 친지를 통한 대독이 절반 이상(73명, 54.5%)을 차지해 민원문서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개인정보 노출 문제도 우려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응답자 중 87명(80.6%)은 타인 대독 시 개인정보 누출이 염려되지만 어쩔 수 없다고 답했다. 특히 28명(25.9%)은 실제로 개인정보 누출로 인한 피해를 겪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보장에 관한 법률에서는 장애인의 정보접근과 의사소통을 위한 정당한 편의제공 수단 중 하나로 점자가 명시되어 있고, 장애인이 요구할 경우 모든 법인이 그 편의수단을 제공토록 의무화하고 있지만 실상 잘 지켜지지 않는 상황이다.
시각장애인들의 주된 정보 접근 매체로는 음성(69명, 63.9%), 점자(20명, 18.5%), 화면 확대(18명, 16.7%), 기타(1명, 0.9%) 순으로 음성 의존 비중이 가장 높았다. 점자 활용 가능 여부는 가능하다(92명, 85.2%), 불가능하다(16명, 14,8%)로 대부분 점자 활용이 가능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70명(64.8%)은 점자정보단말기를 보유하고 있어 중증시각장애인의 점자 및 점자정보단말기 활용도가 매우 높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순천향대학교 박순희 교수는 "중증시각장애인과 시청각장애인의 개인정보 누출 또는 사생활 노출의 위험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며 "전자문서 시대에 맞게 민원문서를 전자적 형태로 발급 및 제출이 가능하도록 개선하고, 발급 과정에서 시각장애인 스스로 읽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자점자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 주저자인 김정훈(순천향대학교 박사과정)은 "지금까지 민원문서가 점자로 제공되지 못한 이유는 민원문서의 정보를 실시간 점자로 변환해주는 솔루션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최근 민원문서를 전자점자로 변환해주는 이닷익스프레스와 같은 솔루션이 개발되면서 이번 연구에서도 민원문서에 대한 점자(전자점자) 수요를 조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점자 사용인구가 줄어드는 이유는 점자 콘텐츠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전자점자는 점자정보단말기에 저장해서 검색하고 다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 중 약 60%(64명)은 전자점자가 제공된다면 점자를 배울 의사가 있다고 밝혀 전자점자 보급 필요성을 뒷받침했다.
공공기관 등에 점자를 요청한 적이 있는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선 요구한 적이 없다(87명, 80.6%)는 대답이 요구한 적이 있다(20명, 18.5%)는 대답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자료 요청 후 점자 제공을 받은 경우에 대해선 무응답(88명, 81.5%)의 비율이 높았다.
점자 자료를 제공받지 못한 이유로는 점자 요청 자체를 생각한 적 없다(46명, 32.6%), 요청 절차가 까다롭고 오래 걸린다(32명, 22.7%), 제공되지 않으리라 믿고 포기했다(30명, 21.3%) 등으로 약 70%가 점자 자료 제공에 대한 기대를 염두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그동안 관련 솔루션이 없었던 것과도 관련이 깊다. 또 전자점자 서비스가 필요하다(92명, 85.2%)는 응답이 대다수였으며, 전자점자로 제공된다면 배울 의향이 있다(64명, 59.3%)는 응답이 없다(15명, 13.8%)는 응답보다 더 많았다.
전자점자로 제공될 경우 개인정보 누출 방지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묻는 질문에는 매우 그렇다(54명, 50%), 그렇다(35명, 32.4%) 순으로 대부분이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전자점자를 포함한 점자로 제공할 경우 시각장애인 사회활동과 경제활동 등 자립생활에 도움을 주는 정도 역시 매우 그렇다(30명, 27.8%), 그렇다(45명, 41.7%), 보통(25명, 23.1%)의 순으로 도움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특히 그간 시각장애인들이 전자점자 솔루션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어 이에 따른 요구도 적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전자점자를 제공하는 새로운 솔루션이 확대될 경우 83명(76.9%)가 전자점자를 사용할 의사가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한편 ㈜에이티소프트는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 청년창업사관학교와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엠투소프트의 협업을 통해 민원문서 전자점자 생성 솔루션인 ‘이닷익스프레스’를 개발했다. 이닷익스프레스는 지난해 11월 제7회 공공데이터활용 창업경진대회 대통령상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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