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정맥류, 2030에서 호발한다고? 의심 사인은 ‘다리 피로감’

[정희원 기자] 잠들기 전 다리가 무겁고 피곤한 증상이 오랜 시간 이어진다면 병원을 찾으라는 신호일 수 있다. 자칫 하지정맥류일 확률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하지정맥류는 다리에서 심장으로 향하는 정맥 속 판막에 이상이 생겨 정맥혈이 역류하는 만성 정맥부전에 속하는 질환이다. 만성 정맥부전으로도 불린다.  

 

김건우 민트병원 정맥류센터장은 “흔히 다리의 혈관이 꼬불꼬불하게 튀어나와야 하지정맥류일 것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다”며 “하지만 이런 경우는 약 30%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다리가 무겁거나 쥐가 자주 나타나는 등의 불편함과 피로감이 더 문제가 된다”고 덧붙였다. 

 

국내 하지정맥류 환자는 매년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하지정맥류로 진단받은 환자는 21만6000여 명으로 2015년 이후 약 43% 증가했다.  

 

오래 서서 일하는 경우가 많은 유통업 종사자에게선 전체의 43.6%가 하지정맥류 증상을 겪는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걸어 다닐 수 있는 서비스직에서도 호발한다.  

 

이와 관련 근로복지공단은 올해 1월 KTX 승무원인 김모씨(31)의 요양급여신청 사건에서 하지정맥류를 업무상 질병으로 승인했다. 김 씨는 2012년 한국철도공사 자회사에 입사한 뒤, 2016년부터 다리 통증이 지속돼 검사받은 결과 하지정맥류로 진단받았다. 

 

수술 후에도 하지정맥류가 재발해 곤혹을 겪어야 했다. 이와 관련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는 “열차 내 승무원 휴게공간 부족, 하루 평균 5시간 이상 근무 및 발병 당시 신발 굽 높이가 4.5㎝인 점 등을 종합해 판단할 때, 하지정맥류는 업무와의 상당 인과 관계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하지정맥류는 방치했다간 피부 변색, 심부정맥혈전증 및 궤양 등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진단 후에는 빠르게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정맥류는 진행성 질환이다. 단계에 따라 양상이 조금씩 다르다. 피부 밑의 모세혈관이 도드라져 보이는 말초혈관 확장(1단계), 하지정맥류(2단계), 다리 부종(3단계), 종아리 피부가 거뭇거뭇하게 변하는 과색소침착(4단계), 궤양 발생(5~6단계)으로 구분할 수 있다.  

 

비교적 초기 단계의 하지정맥류는 의료용 압박 스타킹을 활용하거나 정맥순환개선제 복용, 생활습관을 교정하는 보존적 치료, 약물치료, 주사요법 등으로 진행을 늦출 수 있다.  

 

하지만 꽤 진행된 하지정맥류의 경우 직접 문제 혈관을 수술로 제거하는 ‘발거술’, 병변이 생긴 정맥을 고온의 레이저 혹은 고주파로 태우는 ‘열 폐쇄술’, 생체접착제나 경화제를 이용하는 ‘베나실’, ‘클라리베인’ 등 문제 혈관을 제거 또는 폐쇄하는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김건우 민트병원 정맥류센터장

이중 최근 선호도가 높은 게 3세대 치료법인 베나실과 클라리베인이다. 이중 베나실은 역류가 생긴 혈관을 FDA 승인을 받은 의료용 접합제로 접착, 정맥을 패쇄하는 비수술 및 비열 치료법으로 통증·멍이 적어 회복이 빠른 게 장점이다.

 

특히 시술 시간이 짧고, 수술 후 흔적이 드러나지 않으며, 특히 압박스타킹을 착용하는 번거로운 과정이 없어 젊은층에서 선호한다.  

 

다만 각 시술법마다 장단점이 있으므로 정맥류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경험이 많은 전문의와 충분히 상담한 후 자신에게 최적인 시술을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김건우 센터장은 하지정맥류 치료의 경우 조기 진단 및 근본치료가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합병증이 발생하면 일상생활이 더욱 불편해질 뿐만 아니라 치료가 더욱 복잡해지므로, 초기에 병원을 방문하는 게 유리하다”며 “간혹 하지정맥류가 저절로 나아질 거라 생각하는데 이는 자연 치유가 힘들고 진행성 질환이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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