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원 기자] “기존에는 건강관리 시 체중계 숫자가 중요시됐다면, 이제는 내장지방 수치가 중요한 건강지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올리브헬스케어는 집에서 몸무게를 재듯 내장지방 수치를 확인함으로써 만성질환을 예방하도록 건강관리 패러다임을 바꿀 것입니다.”
한성호 대표가 이끄는 올리브헬스케어는 최근 미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신예로 부상하고 있다. 이 회사는 근적외선 기반 생체정보 측정기술과 IoT(사물인터넷)기기, AI(인공지능) 알고리즘을 더해 건강관리 ‘원스톱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올리브헬스케어를 라이징 스타로 만들어준 것은 자가 복부 내장지방 측정기 ‘벨로(Bello)’다. 한 손에 들어오는 심플한 기기를 복부에 갖다 대면 3초 안에 내장지방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벨로는 지난해 미국 인디고고 크라우드펀딩·아마존 입점 이후, 지난 5월에는 미국내 ‘유통공룡’ 월마트 내 입점 마무리까지 체결했다.
한성호 대표는 벨로에서 그치지 않고, 자사 근적외선 기반 생체정보 측정기술을 개발한 독자적인 바이오마커를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 적용한다는 포부다. 올리브헬스케어는 현재 시리즈C 투자를 유치 중이며, 내년 말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성호 대표는 미국 광학회(OSA)의 시니어 멤버이자 분광학 분야의 권위자다.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콜로라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캘리포니아대 암센터에서 근무했다. 이후 LG전자에서 CTO(최고기술경영자) 부문 광학영상팀을 거쳐 2016년 3월 올리브헬스케어를 설립했다. 3일, 문정동 올리브헬스케어 본사에서 한성호 대표를 만났다.
-세계 최초로 복부내장지방 자가측정기를 선보였다. ‘벨로’의 탄생배경은.
“사실 내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미국 유학시절 아내가 딸을 임신했을 때 아버지로서 건강한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6개월 만에 운동, 식단조절로 18㎏을 감량했다. 그런데, 분명 몸무게는 줄어드는데 체지방량은 잘 줄어들지 않았다. 체중을 줄일 때 지방이 빠지는 게 관건이라는 것을 나중에 깨달았다. 힘들게 살을 뺐는데 건강까지 챙겨야 하지 않겠나. 스스로의 경험으로 몸에 대해 제대로 된 정보를 잘 알려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컸다.”
-이를 디지털헬스케어에 접목하게 된 계기는.
“마침 전공이 ‘분광학’이었다. 당시 캘리포니아대 암센터로 옮기며 생체과학에 이를 접하는 것을 보다 구체적으로 고민할 수 있었다. 내가 다루던 근적외선 기술로 복부지방을 수치화할 수 있도록 돕는 기기를 선보이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벨로가 탄생했다.”
-이전에도 웰니스,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 개발에 관심이 높았나.
“캘리포니아 암센터에 근무하며 증폭됐다. 미국은 분명 세계에서 제일 잘 사는 나라인데, 헬스케어 분야는 그렇지 않았다. 연구원 시절 당시 연봉의 4분의 1이 가족의 보험료로 나갈 정도였다. 1만 달러가 넘었다. 이조차 없으면 중병에 걸린 경우 천문학적인 비용이 나가게 됐다.
문제는 미국에서 보험을 들 수 있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중산층임에도 암에 걸렸을 때 변변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돌아가시는 사례를 많이 봤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다시 들어올 때 디지털 헬스케어를 좀더 면밀히 생각하게 됐다. 보험이 비싸다보니 조금만 불편해도 병원을 찾는 게 부담스럽지 않은 한국인과 달리 미국인들은 그냥 넘기는 경향을 보인다. 이뿐 아니라 의외로 건강관리에도 생각보다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평소에 조금만 신경써도 건강관리 비용이 많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다시 한국에 들어오면서 향후 건강관리 패러다임이 많이 바뀔 것이라는 생각에 확신이 들었다. 특히 복부 내장지방은 미국에서도 중요하게 여기는 건강관리 지표 중 하나다. 이를 수치화해서 자주 체크하면 건강관리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될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다.”
-기존 체성분측정기에도 내장지방 수치를 표기해주기도 한다. 벨로는 이에 비해 얼마나 신뢰도가 높은지.
“아주 정확한 내장지방 수치를 확인하려면 CT나 MRI를 촬영해야 한다. 하지만 질환이 없는데 굳이 과도한 비용을 들여 이를 체크하는 사람은 없다. 기존 체성분 분석기에는 ‘생체전기저항분석법(Bioelectrical Impedance Analysis, BIA)’ 기술이 적용됐다. 전신 체성분을 확인할 수 있는 우수한 기술이다. 지방이 많으면 전도가 떨어지고 제지방이 많으면 전도가 높아지는 원리다.
하지만 이를 활용할 경우 관심 국소부위의 측정이 불가능하며, 측정 조건에 상당히 민감하다. 검사 전 음식 섭취 여부, 운동 전후, 생리 주기, 음주, 수분에 따라 측정치의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
벨로에는 ‘DMW-NIRS(이산 다중 파장 근적외선 분광법)’을 적용했다. 기존의 단점을 극복하고 무엇보다 복부 내장지방만 타깃으로 정확하고 일관된 측정이 가능하다. 몸 전체가 아니라 센서 기반의 부분비만의 지방을 더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고 본다. 국내 대학병원과 임상도 마쳤다. 이는 복부 CT측정 값 못잖게 복부 내장지방에 대한 정확한 지표를 제공하고 있다.”
-향후 준비 중인 새로운 디지털헬스케어 제품은 없는지.
“벨로와 관련 후속제품을 준비 중이다. 같은 기술로 여러 가지 플랫폼으로 확장이 가능하다. 체수분(부종)·체지방·근육평가는 물론 암이나 염증까지 다룰 수 있다.
웰니스 분야에서는 관심 있는 부위의 근육의 양과 근육의 피로도까지 확인할 수 있는 제품(피토)을 서비스하려고 준비 중이다. 향후 이들 데이터를 활용해 각각 측정값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분석도 가능해진다. 또, ‘벨로 컨투어(가칭)’를 선보일 준비에 나서고 있다. 아시아 지역은 뷰티, 체형관리에 관심이 높다. 팔뚝, 허리, 허벅지 등의 지방을 측정해 면밀한 체형교정을 돕도록 할 예정이다. 같은 기술로 유방암 조기진단을 돕는 기기 개발도 마쳤다. 임상 허가 후 국내 출시에 나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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