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비즈=주형연 기자] 가상자산 사업자의 트래블룰 시행을 앞두고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간 솔루션 연동 작업이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트래블룰 시행이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지금까지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아 반쪽짜리 트래블룰이 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2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의 람다256과 빗썸, 코인원, 코빗 등 국내 거래소 3사의 합작법인 코드(CODE)는 트래블룰 솔루션 간 연동에 대해 25일 전까지 합의점을 도출하고자 논의 중이다.
트래블룰은 자금세탁방지(AML)를 위해 거래소간 가상자산을 주고받을 때 송금인과 수취인의 정보가 파악되도록 한다는 국제 기준이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오는 25일부터 가상자산 사업자 신고를 마친 거래소들을 대상으로 트래블룰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내 특정금융정보거래법(특금법) 시행령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소가 다른 거래소에 가상자산을 이전할 경우 가상자산을 보내는 고객과 받는 고객의 이름과 가상자산 주소를 제공하도록 규정했다. 100만원 이하의 가상자산이 전송되는 경우나 개인에게 전송할 경우에는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업비트는 오는 25일 자정부터 람다256의 베리파이바스프를 도입한 국내 거래소 대상으로 입출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업비트는 람다256을 통해 자체 블록체인 솔루션 베리파이바스프를 개발했다. 지난 1월 베리파이바스프는 금융위원회에 신고 수리된 14개 가상자산사업자와 트래블룰 워킹그룹을 출범했다.
빗썸, 코인원, 코빗은 지난해 8월 공동 출차로 트래블 룰 솔루션 합작법인 코드를 설립해 올 2월 초 서비스 연동 및 테스트를 마쳤다. 오는 16일 코드 시스템 라이브를 시행할 예정이다.
빗썸과 코인원은 실명계좌 계약 은행인 NH농협은행의 요구에 따라 트래블룰을 선시행하며 트래블룰이 가능한 국내외 거래소 간 출금만 허용하고 있다. 특히 빗썸에선 개인 지갑에 대한 출금을 모두 제한하고 있다. 개인 지갑이란 이용자가 거래소 가입 없이 웹 브라우저 등에 설치할 수 있는 암호화폐를 보관하는 전자지갑이다.
코빗은 트래블룰 솔루션을 도입할 국내외 인가 거래소의 출금을 허용하고, 비인가 거래소는 거래소별 로컬 AML 통제정책을 조사해 예외적으로 허용할 예정이다. 트래블룰이 시행되면 연동되지 않은 사업자와의 거래가 금지된다.
현재 코드 측과 베리파이바스프는 트래블룰 솔루션 연동을 두고 논의하고 있다. 만약 람다256과 코드의 솔루션이 연동될 경우 코드 얼라이언스의 거래소도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양측 솔루션이 연동되지 않을 경우 업비트와 빗썸·코인원·코빗은 서로 가상화폐를 주고받을 수 없기에 반쪽짜리 트래블룰이란 지적이 나온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트래블룰 시행까지 약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연동에 대한 작업이 시행 기간 내 이뤄질 수 있을 지 의문”이라며 “합의점을 도출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고 있는 것으로 안다. 두 솔루션이 연동되지 않으면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두 솔루션을 모두 설치해야 하는 실정까지 놓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람다256과 코드 측은 연동 논의가 잘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규제에 대한 선제적 대응과 거래소·솔루션 간 효율성을 위해서라도 양사가 적극적으로 논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j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