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전경우 기자] 현지인과 교류하며 소소한 재미를 느끼는 제주도의 로컬 친화형 워케이션이 젊은 직장인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제주도 워케이션 프로그램은 마을 단위로 진행하는 것이 특징으로 대형 리조트, 기업이 마련한 워케이션 센터 중심으로 이뤄지는 강원도 등 타 지역과 확연하게 다른 차별점이다.
22일 관광업계에 따르면 풍광 좋고 아담한 마을을 찾아 지역민과 소통하는 ‘소도시 여행’은 최근 제주도를 중심으로 ‘한달살기’ 형태의 장기 체류형으로 발전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1자녀, 핵가족 시대에 태어난 MZ세대의 특성이 공동체 문화가 살아있는 시골 마을에 머물고 싶은 열망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는 대중매체의 영향도 크다. 드라마 ‘동백꽃 필무렵’, ‘갯마을 차차차’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오는 ‘소덕동 에피소드’는 모두 지역사회를 배경으로 한다.
제주관광공사는 지난 5월 서울산업진흥원과 ‘서울중소기업 근로자 제주 지역 워케이션 및 제주마을관광 활성화를 위한 전략적 업무 제휴 협약’을 체결해 9월부터 워케이션 프로그램 운영하고 있다. 이 사업은 모객 2주만에 130개사 약 1330명의 재직자가 신청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제주관광공사가 주도하는 워케이션 프로그램은 읍∙면단위 마을 여행 프로그램인 ‘카름스테이‘와 연계해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카름스테이는 제주의 작은 마을을 뜻하는 가름(카름)과 스테이를 결합한 신조어로 '머묾', '쉼', '여유', '다정함'을 핵심가치로 하는 마을관광 통합 브랜드다.
카름스테이를 진행하는 마을 중 구좌읍 세화리는 바다와 오름을 함께 즐기 수 있는 빼어난 자연환경으로 워케이션 희망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는 지역이다. 이 마을의 워케이션 프로그램은 옛 주민복지센터를 고쳐 만든 ‘질그랭이센터’라는 복합시설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질그랭이는 ‘지그시’의 제주 방언이다. 이 건물에는 베이커리 카페와 굿즈∙특산물 판매점, 회의실을 갖춘 공유오피스, 숙박시설, 세화 바다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거대한 테라스가 있다. 공유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는 쏘카존과 전기차 충전소가 있어 조금 먼 곳도 합리적인 비용으로 다녀올 수 있다. 객실은 1인실부터 8인실까지 총 4개다. 객실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워케이션 이용자들은 질그랭이 센터에서 도보 20분 거리에 있는 오투힐리조트를 이용하거나 성산, 함덕 등 인근 지역으로 나가 숙박을 해결한다.
워케이션 프로그램 참가자들은 질그랭이센터의 마을 여행사를 통해 마을 스템프투어, 해녀체험, 다랑쉬오름 웰니스프로그램 등 다양한 여행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질그랭이센터는 마을 사람들이 출자한 세화마을협동조합이 운영한다. 이 곳을 운영하는 양군모 마을 PD는 “세화마을은 조용한 자연환경을 즐기면서도 도시 사람들이 원하는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최근 한국전력, 티몬, 롯데카드, 이지스자산운용 등 다양한 기업이 워케이션 프로그램을 이용했다”며 “최근에는 임원급의 방문이 늘어나는 것도 고무적으로 보고 있다”고 워케이션이 확산되고 있는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 질그랭이센터를 찾아오는 워케이션 이용자는 회사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 참가자가 대다수다. 티몬은 지난 7월초부터 업무의 물리적 공간 제약을 없앤 새로운 형태의 ‘티몬 스마트&리모트 워크(TMON Smart & Remote Work, TSR)’를 본격 시행했다. 티몬은 제주를 비롯한 부산, 남해 등 각 지역에 직원 50여명을 선별해 왕복 교통비와 5박6일 숙박비 및 공유오피스 이용비, 일부 현지 체험(액티비티) 비용, 여행자보험 등을 지원했다. 주말을 활용하면 최대 9일까지 현지에서 머물며 업무와 휴식을 병행할 수 있었다.
현재 질그랭이센터는 워케이션 참가자들의 건의사항을 통해 계속 업그레이드 중이다. 여행용 캐리어가 들어가는 대형 사물함은 티몬 직원의 건의를 수용해 만들어졌다. 업무상 높은 수준의 보안을 요구하는 롯데카드 이용자들은 암호가 걸린 전용 인터넷 공유기를 설치해 사용하기도 했다.
제주관광공사는 마을 단위로 워케이션 공간과 체류 프로그램을 연계해 ‘워케이션 빌리지’를 꾸준히 구축할 계획이다. 정민섭 제주관광공사 지역관광그룹 PM은 “세화리 마을과 같은 로컬 자원과 연계해 기존의 스폿들만 찍고 가는 바쁜 여행일정이 아니라 여유롭게 머무는 여행 프로그램을 워케이션과 연계해 선보일 예정”이라며 “제주 한 주 살이 프로그램도 마을과 진행 중에 있고 젊은 직장인과 이직과 취업준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체류 프로그램도 만들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kw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