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를 쓰면서 글쓰기 강습을 하는 김모 씨는 요즘 글을 쓰다가 막히면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인 Chat(챗)GPT에 접속한다. 그때마다 ‘오늘은 어떤 주제로 글을 쓸까’, ‘사랑을 주제로 첫 문장은 무엇이 좋을까’ 등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챗GPT의 예상치 못한 답변을 들으면 영감이 떠오르기도 하고 글 쓰는 어려움도 조금 해결된 느낌이다.
증권가에선 올해 안에 인공지능(AI)이 작성한 리포트가 등장한다. 수년간 전문 분야 지식과 분석 능력을 익힌 애널리스트의 역할을, AI 애널리스트가 대신한다. 그동안 애널리스트가 작성한 리포트는 기업과 주주들의 눈치를 봐 ‘매수’ 의견 일색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이성적인 판단으로 작성한 AI 리포트에선 ‘매도’ 의견이 늘어날지 주목된다.
AI는 이미 우리 일상에 녹아들고 인간만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진 창작·예술 활동에서 자리를 넘보고 있다. 올해에도 경제 분야 전반에서 AI를 활용하는 일이 늘어나고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업무의 성과물이 달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AI가 노동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두고 생산성을 높인다는 낙관론적인 전망부터 일자리 대부분을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등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는 2024년 갑진년을 맞아 신년호를 통해 산업·금융업계에서의 AI 활용과 우려 등을 다방도로 살펴본다. <관련기사 2·3면>
1일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매년 출시하는 ‘트렌드코리아 2024’ 도서에서 올해 10대 소비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 ‘호모 프롬프트’(Homo Prompt)를 선정했다. 호모 프롬프트란 ‘호모’와 사용자의 지시와 명령어를 뜻하는 ‘프롬프트’가 결합된 말로, 인간 고유의 창의성을 더욱 높이 방향으로 AI 서비스를 적재적소에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을 뜻한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경제 분야의 AI 대전은 현재진행형이다. ‘매그니피센트 7‘이라 불리는 글로벌 빅테크 7곳(애플, 구글, 메타, 아마존, 엔비디아,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은 모두 AI 기술 경쟁에 참전했다. 국내 통신 3사도 AI 분야의 혁신을 올해 성장 방향으로 선정했으며, 금융권에선 AI 애널리스트, AI 보험설계사가 나타나 인간이 해야 할 일을 해내고 있다.
AI 활용이 확대됨에 따라 노동 생산성은 향상될 전망이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AI 도입으로 단순 업무의 자동화, 기존 인력의 재배치 등으로 향후 10년간 글로벌 생산성은 연간 1.4%포인트씩, 글로벌 경제는 연 7%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AI로 인해 단순 반복형 일자리가 감소하고 국가 간, 계층 간 양극화가 심화할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로 미국 인적자원(HR) 컨설팅 회사 CG&C는 지난해 5월 미국에서 해고된 8만89명 중 3900명의 해고 사유를 ‘AI 대체’ 때문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골드만삭스는 AI의 확산에 따라 오는 2035년까지 전 세계의 약 3억개에 달하는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렇다면 AI 발달로 인간이 설 자리는 사라질까. 골드만삭스는 “AI가 사람의 기능을 100% 대체하기보다는 전체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보완적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처럼 AI 고도화에 따라 인간의 일자리가 일부 사라질 수 있지만, AI가 사람의 역할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박태준 LG경영연구원 연구원은 “AI 기술이 발전할수록 AI를 올바른 방향으로 더 잘 활용하기 위한 인간의 역할이 함께 커질 것”이라며 “인간의 역할은 AI가 무엇을 얼마나 해야 할지를 정해주는 일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업무의 방향과 범위 지정은 AI와 소통하는 출발점”이라며 “AI의 학습 효과를 높여주는 일 역시 인간의 중요한 역할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이로 인해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일자리 양극화, 실업률 증가 등 부정적인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보고서에서 “AI 도입으로 노동 이동에 따른 일자리 질의 저하, AI 기반 비즈니스 모델이 기존 산업을 잠식할 가능성을 고려하면 고용 시장의 영향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정부는 기업의 AI 도입을 확대하면서도 근로자의 재교육을 촉진하고 AI 고급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