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에 은행 외화예금 ‘썰물’…변동성 커진 환율

뉴시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미국발 관세 전쟁 등 영향으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은행에 예치된 외화예금이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고 있다. 상대적으로 달러와 엔화 가격이 낮았던 시기에 자금을 예치해둔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을 위해 자금을 빼내는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9266억엔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말 1조200억엔에서 934억엔 줄어든 규모다. 

 

이달 들어서도 지난 8일 기준 8984억엔으로 급감하면서 9000억엔 아래를 기록했다. 이에 올해 들어 1216억엔(약 1조2400억원)이 감소했다.

 

달러예금도 감소하는 분위기다. 5대 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580억1959만 달러로 조사됐다. 지난해 말 635만835만 달러에서 54만8876만 달러 감소했다. 이달 들어서 지난 8일 기준 574억5048만 달러를 기록해 감소세를 이어갔다. 올해 들어 줄어든 규모만 따지면 60억5787만 달러로 약 9조원에 이른다.

 

 최규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무역정책 불확실성은 역사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고, 통화 및 재정정책에 대한 불확실성도 마찬가지다”라면서 “원화는 단기적으로 불확실성에 취약하기 때문에, 리스크에 따른 위험 회피를 우선 반영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 수출은 반등했지만 아직 추세적인 모멘텀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고, 가계 및 기업심리 개선도 더디는 등 국내 펀더멘탈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제외한 국가에 90일간 상호관세 유예를 발표하자 글로벌 금융시장이 환호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일대비 6.6% 오른 2445.06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지수 상승률은 2020년 3월 24일(+8.60%) 이후 5년 만에 최대치다.  외국인이 3322억원을 사들였고, 기관은 7246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그러나 환율이 진정세로 접어들었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민혁 국민은행 연구원은 "트럼프의 글로벌 관세 유예와 관세율 하향에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회복됐다"면서 "지난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저평가된 원화자산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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